침소봉대, 바늘 만한 것을 몽둥이 만하다고 말함

 

  머랄까 거짓말이긴 한데 느낌이 쪼매 다른 지록위마(指鹿爲馬)처럼 새빨간 거짓말 같지는 않은, 그러면서도 상황에 따라 굉장히 위험한 거짓말.

 

우선 침소봉대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빨강머리 앤이다. 그녀의 어릴 적 성격은 매우 풍부한 감수성의 소유자이며 감동 또한 잘 받는 대표적인 인물인 것 같다. 허나 그녀가 거짓말을 한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분명 모든 사물과 상황을 부풀려서 말하고 있는데도 조금도 밉지 않다. 오히려 독자들은 앤을 응원하고 사랑한다. 왜일까? 단순히 주인공이라 그런 걸까? 빨강머리라서? 눈이 커서? 앞 짱구여서?

 

확실히 앤을 주근깨에 빼빼 마르게 그렸지만 귀엽기는 하다. 필자는 어릴 적 애니를 먼저 보고 몽고메리의 그린 게이블즈의 앤을 읽어서 애니의 이미지가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어서 그런지 앤이 귀엽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한번 각인된 편견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럼 왜 앤의 거짓말이 밉지 않느냐에 초점을 맞춰보자. 우리는 초장에 그녀가 왜 상상력이 풍부해져야만 했는지에 대해 사전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이 있다. 마릴라와 앤이 마차를 타고 가며 앤이 자신의 과거를 말하며 친구가 없었다는 것과 혼자 상상하며 자신을 위로한 부분에서 마릴라 뿐 아니라  듣는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그녀의 과대 표현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점과 긍정적 과대/과장 이라는 점이다. 

 

앤의 나무나 호수를 과장대게 표현 것이나, 의인화 시킨 점, 없는 것에 대한 상상 등은 전혀 상대를 농락하거나 기만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앤을 좋아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과대/과장의 거짓말은 대부분 타인을 속이거나 자신의 이익을 기초로 하기에 매우 위험하기 짝이 없다. 


또한 그들은 자신이 거짓말했다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부류가 대부분이며 오히려 화를 내는 부류 또한 적지 않다. 그것은 그들이 완전한 거짓말이 아닌 사실에 의한 기만이기에 떳떳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이라면 이런 종류의 거짓말이야 말로 경계해야 할 대상이며 가증스러운 것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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